사람은 아비의 씨가 어미의 밭으로 들어가 자란 후 세상에 나와 집에만 있을 때는 세상과 세상의 학문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기 전 가장 먼저 자기의 어미와 아비에게 가장 기초적인 것들을 배우니 사람들은 자기가 전혀 알지 못하던 것들을 아주 조금 알게 된다. 하지만 처음에 집에서 부모에게 조금 배운 바로 그것이 세상에서 오래 많이 배운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러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부모에게 조금 배운 그 초등학문 위에다 이제는 하나씩 하나씩 이것저것을 배우며 더 많이 쌓아간다. 그런데 이방인들이 자녀들에게 열심히 공부해 1등하고 돈 많이 벌고 높은 자가 되라고 가르치듯 거듭난 부모들과 또한 불신자라도 양심을 따르는 영혼들은 자기아이를 처음에 세상기초를 배우는 곳에 보내며 품는 마음이 있으니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고 착한 아이들과 어울리며 오직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또한 돈과 지식보다 생명이 중요하니 오고 가는 길에서 악한 자들을 만나 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늘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라.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차조심 해라.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마라.’는 말들을 해준다.
그러므로 자기자식을 처음 학교에 보내면서 당부하는 부모의 이런 마음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의 초보를 깨닫고 있는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실 때 그리스도의 그 마음과 같았다. 즉 12제자들과 70인의 제자들은 유대종교에서 사람의 유전과 교훈을 배우며 자라온 자들이니 진리를 말하면서도 진리가 무엇인지 몰랐으되 사람들의 그런 전통에서 나와 인자를 따르며 비로소 아버지의 그 뜻이 무엇인지 깨달았으니 그들은 평화의 복음을 조금만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도께서는 목자 없는 양처럼 갈 길을 몰라 방황하며 죄로 인하여 애통하되 거룩케 할 진리가 없는 백성들을 보시고 그들을 보내시려 할 때 그들을 방해하며 핍박하기 위하여 이미 손을 펴고 있는 그 원수를 보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는 그런 영적인 악의 세계에 대한 근심으로써 그들이 어떠한 일을 당할까 안심을 못하는 마음으로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결국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는 것은 그리스도의 영광의 복음의 광채가 여호와의 백성들 가운데 살고자하는 자들에게 비취지 못하도록 어둠의 세력들이 한 영혼 한 영혼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진리를 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말씀이다. 그러므로 은혜로 부르심을 받아 말씀의 기초를 통해 아버지의 뜻과 복음의 비밀의 한 부분을 알게 된 자들도 이 말씀을 깨달으면 아버지의 때가 되었을 때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된다.
우선 뱀에게는 여러 가지 성품이 있으니 첫째 짐승들 중에 가장 지혜롭다. 하지만 그것은 원수의 지혜가 그들 가운데 있기에 지혜로운 것이다. 그러므로 아버지께서는 모든 짐승들에게 알맞은 지혜와 능력을 공평하게 주셨으나 뱀은 자기의 욕심과 교만을 위해 원수의 말을 듣고 따랐기에 자신이 원래 아버지께로 받았던 그 선한 지혜에서 더 악하게 지혜로워졌으며 또한 모든 짐승들 가운데 가장 지혜롭게 변했다. 그리하여 다른 짐승들은 이미 사망이 자기 위에 앉아있을 때에는 머리를 내리고 가만히 사망을 기다리되 뱀은 그 가운데서도 사망에서 벗어나고자 상대방의 이곳 저곳을 날카롭고 빠르게 찌르고 나온 후 계속적으로 자기의 욕심과 교만을 이루어간다.
두 번째 뱀의 지혜는 이것이니 그는 자신을 해치는 적으로부터 피할 길을 항상 마련해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뱀은 때로는 흙 아래로 다니고 때로는 나무위로 다니기에 다른 짐승들에게 해를 잘 받지 아니한다. 또한 누가 자신을 해치려 해도 이미 마련해놓은 그 길로 빠져 나오게 된다.
셋째 뱀의 그 입은 참으로 작아도 턱을 빼고 입을 벌려서 큰 소도 산채로 삼키니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빼앗기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오직 자기의 욕심을 위해 입을 벌리는 모습은 오직 원수에게로 온 지혜임을 알 수 있으니 육이 굶어 죽어가는 자들을 보면서도 자신이 쓰지도 못할 만큼의 물질을 붙들고 있는 자들과 또한 영혼들을 희생시키며 자기의 육적인 욕심과 사람의 헛된 영광을 취하는 그 거짓목자들을 보면 그들이 누구에게로 지혜를 얻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뱀은 누군가를 해칠 때에 오로지 상대의 약하고 아픈 부분을 이용하여 그곳으로부터 집어삼킨다. 그러므로 뱀은 다른 짐승들이 서로를 치고 박고 싸우며 피 흘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 그들과 달리 먼저 상대의 아픈 곳과 약한 곳을 관찰한다. 그런 후 그곳을 공격해서 그곳으로부터 삼키기 시작하니 누가 뱀을 당하리요? 그런데 그리스도께서 거룩과 복음의 한 부분을 알게 된 그 제자들을 어부로 보내시며 뱀같이 지혜롭게 행하라고 하신 것은 뱀의 이 마지막 성품을 배우라는 뜻이었다. 즉 자신이 물어서 그 생명으로 이끌 영혼을 잘 관찰한 후 그에게 접근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는 독사새끼들은 양들을 통하여 늘 자기의 육을 부요케 하며 세상에서 자신의 명예를 높이지만 진리는 주지 못하니 그 불쌍한 영혼들은 한걸음씩 사망으로 다가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에 거하는 모든 영혼들이 자기의 속안에서 끊임없이 솟아나오는 음란과 혈기와 거짓과 미움과 비판과 교만과 위선을 애통하거나 그 죄에서 해방되기 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죄를 이기지 못하는 자신의 약함을 모든 자들이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그 갈급함을 견디지 못해 모든 영혼들이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거듭난 자들 중에 오직 연약한 자와 마음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자를 찾아내어 그들에게 신령하고 영광스런 그 부활의 생명의 말씀을 베풀어주는 것이 지혜로운 자이다. 그러나 만일 살고자하는 마음이 없는 자들에게 전하면 아무런 열매도 없고 오히려 화만 부르게 된다.
한편 비둘기는 늘 자신의 위치를 알기에 항상 질서 있게 행함을 취한다. 또한 늘 자신이 거하는 처소가 있기에 하루의 일을 돌본 후에는 자기의 처소로 곧바로 돌아오니 이런 짐승은 순결하다. 마찬가지로 이런 사람도 순결하니 심성이 악한 자 외에는 누가 이런 사람을 보고 뭐라 말하리요?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비둘기와 같이 순결하라고 하신 것은 진리를 가진 영혼이 먼저 말씀에 순종하므로 자기의 행실과 말을 깨끗이 하여 다른 누가 뭐라 말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요 또한 저 사람은 참 의로운 자라고 보며 말할 수 있도록 옳은 행실을 취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순결치 않은 자가 복음을 전하면 ‘당신이나 잘하시오. 믿은 후에 나도 당신처럼 될까 두렵소.’라는 말을 듣게 되리니 교회의 안과 밖에 있는 이방인들을 더 망친다. 그리하여 망치며 망침을 당하는 자들이 많음은 전하는 자도 받는 자도 이미 원수가 펴고 있는 그 손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생명의 근원되신 아버지와 그의 아들이시오 창조자이신 그리스도를 아는 자는 이 말씀을 안다면 이를 지키면 은혜와 유익이 있을 것이요 아버지와 아들을 모르는 자는 말씀에 자신의 생명이 있으니 이 은혜를 입는 것이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