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위하여*

 

어떤 왕이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는 한 여자와 혼인을 약속했다. 그리고 깨끗한 사랑을 오래오래 기억하자고 약속하며 하트모양의 반짝이는 부로찌를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여자와 함께 살 집과 성대한 혼인잔치를 준비하고자 먼 길을 떠났다. 그러자 여자는 그날부터 남자가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며 자신을 늘 깨끗하게 가꾸기 시작했다. 또한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느라 바깥출입도 하지 않고 늘 집안에만 있었으니 남자를 위한 사랑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왕이 없는 동안 어떤 한 남자가 멋지게 생긴 검은 모자를 가지고 찾아왔다. 그리고 여자에게 당신이 만일 이 모자를 쓰고 다니면 너무나 아름답고 자유롭게 보일 거라며 써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장 아름답고 자유롭게 보이는 것은 나의 가슴에 이 부로찌를 달고 있을 때요. 그러나 그 모자는 보기에는 아름답고 자유롭게 보여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오. 그러니 당신의 모자를 안 쓰겠소.” 여자는 이렇게 단호히 거부하므로 자기의 남자에 대한 깨끗한 마음을 지켰다. 그러므로 그 남자는 여자에게 검은 모자를 씌우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잠시 후 그 남자는 아주 큰 다이아몬드를 들고 찾아왔다. 그리고 여자에게 말하길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사주겠으니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그러나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필요한 만큼의 양식을 나의 남자가 이미 다 주었소. 그리고 그 양식은 나의 몸과 마음에 기쁨과 만족을 주는 것이오. 그러나 당신의 다이아몬드는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것이니 받지 받겠소.” 여자는 이렇게 말하며 그 남자를 따라가지 아니하므로 자기남자에 대한 정결한 마음을 지켰다. 그러므로 남자는 여자에게 다이아몬드도 주지 못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그 남자는 마지막으로 찾아와 높은 구두를 많이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나의 구두를 신으면 당신의 키가 높아져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머리를 숙일 것이요.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골라보시오.” 그러나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남자가 돌아오면 나를 꽃 가마에 태워 줄 것이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다른 남자의 구두를 신고 내 남자의 꽃 가마를 타겠소? 그러므로 신지 않겠소.” 여자는 이렇게 자신의 순결한 마음을 끝까지 지켰다. 그러므로 남자는 허탕치고 돌아가며 저 여자를 어떻게 유혹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좋은 꾀를 생각했는지 검은 모자를 쓴 여자들과 다이아몬드를 가진 여자들과 높은 구두를 신은 여자들을 보내며 저 여자와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여자는 그들을 가까이하면 자신도 더럽혀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그 남자가 준 것을 가지고 있는 여자들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여자는 자기의 남자가 돌아왔을 때 자신의 깨끗한 마음과 몸을 보여 줄 수 있었다. 그런데 먼 곳에서 돌아온 그 왕은 여자를 보더니 자기를 위하여 마음을 정결하게 지키고 몸을 깨끗이 가꾸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여자와 함께 자신이 준비한 성대한 혼인잔치를 즐겼다. 또한 높은 꽃 가마에 태우고 자기 나라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도록 했다. 그러므로 그 왕의 나라에 거하는 백성들은 그 여자의 정결한 모습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이와 같이 자신의 몸을 다 바쳐 교회를 사랑하신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은 십자가에서 그 거룩한 피를 흘리시므로 그 보혈로 아버지의 뜻을 이룰 수 있는 교회를 세우신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일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이며 지키는 자는 누구겠는가? 그 어떠한 행위가 아니요 오직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몸인 자신의 영과 혼과 육을 정결하고 거룩하게 지키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그 일이요 지키는 자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일을 지키는 자에게는 만국을 다스리는 권세를 주신다고 약속하셨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로 세우신 교회를 즉 자기 자신의 마음과 몸을 거룩하게 지키는 자가 복이 있다. 그리하여 그들도 죄와 세상을 이긴 그 왕과 제사장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신령한 몸으로서 그리스도의 천년왕국과 또한 그 후에 그리스도를 따라 올라갈 아버지의 그 영원한 셋째 하늘을 다스리는 그 권세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거듭남의 은혜를 얻은 후 첫사랑을 잃은 양들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이루신 그 일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알았으나 잊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신을 더럽히는 그 선악의 죄를 회개치 못하고 또한 불의하고 죄악된 세상에서 돌이키지 못하니 자신의 영과 혼과 육의 정결함을 유지하지 못한다. 또한 거룩은 포기하고 자신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목자들을 따라가며 그들이 시키는 일을 열심히 행하니 자신을 더 더럽힌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일을 지키지 못한 그들이 어떻게 만국을 다스리는 신령한 교회가 될 수 있으리요?

 

     이렇게 그리스도의 일을 잊고 행하는 것은 세상에 마음을 빼앗긴 목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아버지의 그 뜻과 소원을 자기의 것으로 삼는 것이 아니요 오히려 자기의 뜻과 소원이 아버지의 것이라며 그것을 열심히 이루어가고 있다. 즉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며 자신의 안에 있는 그 선악의 죄와 헛된 세상을 이기는 자가 되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여러 가지 행위와 방법에 빠져있다. 그러니 회개할 마음이 없거나 세상을 사랑하는 자들도 받아들여 교회를 더욱더 더럽힌다. 게다가 영혼들을 세상에서 이끌어내어 십자가아래서 거룩에 애쓰도록 인도하지 않고 오히려 양들을 곁길로 가게 하니 쉴 곳을 잊은 그들은 세상에게 삼킴을 당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일을 방해한 그들이 어떻게 그 거룩하고 영광스런 육체를 입고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리는 왕과 제사장이 될 수 있으리요? 

 

“이기는 자와 끝까지 내 일을 지키는 그에게 만국을 다스리는 권세를 주리니”

 

생명의 근원되신 아버지와 그의 아들이시오 창조자이신 그리스도를 아는 자는 이 말씀을 안다면 이를 지키면 은혜와 유익이 있을 것이요 아버지와 아들을 모르는 자는 말씀에 자신의 생명이 있으니 이 은혜를 입는 것이 유익하다.